조은승 수원아동보호전문기관장

오늘날의 아동보호정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다. 그중 1998년, 1999년, 2013년, 2020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들은 현재 아동 보호 정책의 토대가 된 역사적 사건들로, 필자를 비롯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들은 매일 이 사건들을 떠올리며 책임감을 다짐한다.
1998년 영훈이 사건과 1999년 신애 사건은 가정 내 아동학대의 위험성을 사회에 각인시키며,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의 시발점이 됐다. 2013년 칠곡과 울산의 계모 학대 사건은 큰 충격을 주며, 아동학대범죄 처벌을 위한 특례법이 2014년에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2020년 정인이 사건은 법적 허점을 재조명하며 2021년 특례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법적 체계가 갖춰지기까지 무려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23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470명에 달하며, 여전히 매년 수십 명의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다. 23년간 법과 제도가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호 체계의 사각지대에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법적 체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조기 발견과 신고는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이를 주저하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의무자로 지정된 25개의 직군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아동학대 예방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아동보호는 특정 직군이나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다, 저출산 시대에 한 생명의 탄생만큼이나 그 생명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학대를 받은 아동과 그 가족에게는 적절한 지원과 치료가 제공돼야 한다. 아동학대는 단순히 개인의 트라우마로 끝나지 않고, 피해가족의 삶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와 지역사회의 복지 시스템은 이런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부모와 보호자들이 건강한 양육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아동학대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적 보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연대가 절실하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모두가 아동학대 예방의 주체가 되기를 바라본다. 필자는 앞으로도 ‘통계로 보는 아동학대’, ‘아동보호체계의 사각지대’, ‘아동학대 현장이야기’, ‘아동양육의 중요성’ 등 다양한 내용으로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과 더불어 건강한 아동과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한 긍정의 양육인지 이야기를 이어가보고자 한다. 오늘도 대한민국 아동과 부모들을 응원한다.
○ 제목 : [천자춘추] 아동학대로 일그러진 영웅들
○ 일시 : 2024.11.26
○ 매체 : 경기일보(https://n.news.naver.com/article/666/0000057883?sid=110)